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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음 쉼

한강 시 - <괜찮아>

함께살아가는세상 2024. 12. 13. 18:55

한강 작가의 시 <괜찮아> 입니다.

 

 

 

 

 

괜찮아    - 한강 -

 

 

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 
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
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
아파서도 아니고
아무 이유도 없이
해 질 녁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



 

 



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
나는 두 팔로 껴안고
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


 

 




왜 그래.
왜 그래.
왜 그래.



 

 



내 눈물이 떨어져
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.



 




그러던 어느 날 
문득 말해봤다
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


 

 




괜찮아.
괜찮아.
이제 괜찮아.


 




거짓말처럼
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



 




누그러진 건 오히려
내 울음이었지만, 다만
우연의 일치였겠지만
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.


 

 



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
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
어떻게 해야 하는지


 

 



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
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
괜찮아.



 

 





왜그래, 가 아니라
괜찮아.
이제 괜찮아.


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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